애자일 회고 그리고 적용 및 경험기

2019-02-12

이 글에서는 [애자일 회고] 라는 책의 내용과 그 내용을 리얼 월드에 적용한 나의 사례를 다루어 보고자 한다. 모든 책이 그렇지만 특히나 이 책은 리얼 월드에 적용하기 위한 참고서같은 느낌이 강했고, 따라서 최근에 책의 내용을 적용하여 회고한 경험을 중점적으로 쓰려고 노력했다.

용어 설명

대부분의 개발자 분들은 아는 개념일테지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 두 가지 용어를 설명하고자 한다. 애자일과 회고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면 넘어가도 좋다.

애자일 (Agile)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혹은 애자일 개발 프로세스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 대한 개념적인 얼개로, 프로젝트의 생명주기동안 반복적인 개발을 촉진한다. 최근에는 애자일 게임 보급 등의 여파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뿐 아니라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실용주의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애자일 방법론을 적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 위키백과

위의 위키 백과에서 굵게 하이라이트 된 부분에서 “반복적인“이라는 단어에 주목하면 된다. 어떤 일을 할 때 한 번에 완벽한 산출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지는 않지만 완전한 산출물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반복적으로 만들어지는 완전한 형태의 산출물은 매 반복 마다 업데이트 되면서 완벽한 모습에 가까워져 간다.

회고

  1. 뒤를 돌아보다
  2.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다 - 네이버 국어 사전

사전적 내용 그대로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는 것이다.
애자일에서는 매 반복을 마칠 때 마다 회고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

내용 소개

단순함

책의 내용은 단순하다. 회고를 잘 할 수 있는 방법들과 활동들을 소개해 준다.

자세함

그렇지만 자세하다.

  • 회고 진행자들의 역할과 회고 중에 취해야할 자세 등을 예시를 들어서 잘 설명해 주고 있다.
    • 회고 참석자 중 관리자가 있을 때
    • 소수의 사람이 주도해 나가면서 너무 말을 많이 할 때
    • 너무 감정이 격양되어 있을 때
    • 등등
  • 회고는 총 5단계를 걸처서 진행되는데, 각 단계의 역할이 명확하다. 사실 각 단계의 제목만 봐도 무엇인지 대충 뭘 하는 것일지 알 수 있을 정도다.
    • 사전 준비
    • 자료 모으기
    • 통찰 이끌어내기
    • 무엇을 할지 결정하기
    • 회고 끝내기
  • 회고의 각 단계마다 여러 가지 활동들이 있는데, 상황에 따른 활용법, 함께 하면 트은 활동들의 조합까지 설명한다.
    • 애자일 프로젝트의 반복 종료에 진행하는 회고 때 하면 좋은 활동들
    • 기존 프로젝트의 프로젝트 종료에 회고를 하고자 한다면 좋은 활동들
    • 시간축과 수영 레인은 함께 사용하면 좋다.

모든 것은 애자일 방법으로

  • 대부분의 활동들이 애자일 방법과 유사하게 반복하며 진행된다.
  • 따라서 저자의 의도대로 잘 활용한다면 짧은 시간에 완벽하진 않지만 완전한 형태의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아래의 사례를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적용 및 경험기

현재 재직 중인 회사는 이제 갓 3년이 넘은 스타트업이다. 이 곳에 몸 담고 있는 지도 벌써 2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다. 이 기간 동안 회사는 많이 성장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하기 위해 전력 질주를 했던 탓인지 다들 지쳐 있었다. 물론 나도 지쳐있었다. 동료들과의 이야기 속에 행복 회로를 돌리는 주제들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부정적인 것들이 많아지는 것을 인지하고 그냥 넘어가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내가 각각의 동료들에게 들었던 내용들이 동료들 서로에게 공유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료들(임원 제외 모든 직원)과 치킨을 뜯으며 각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 힘듬, 고충 등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이 사건은 치킨 회담으로 아직 회자되고 있다ㅋㅋ) 이 시간을 통해 동료들 각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모두가 들을 수 있었고, 대부분 그 원인은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이었다.

대충 원인을 찾았으니,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모두의 머리를 모아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회사 차원의 공식적이고 모두가 동의하는 어떤 제도적인 장치가 있지 않으면 결국 흐지부지 될 것 같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하지만 우리끼리 구체적인 방안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더라도 우리끼리 적용할 수는 없는 처지였다. 그래서 앞의 일련의 과정들을 CTO님께 말씀드렸고, 이 과정들에서 나온 의견 및 자료들을 정리해서 전달해드리기로 했다.

앞의 내용들을 글로 포장 잘해놔서, 정리를 잘해 놨을 것 같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들을 모아 놓고 “힘들었던 일, 어려웠던 일, 다 터놓고 이야기해 봅시다.” 라는 식으로 진행했던 것이라 막상 정리를 하려고 하니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았다. 논리보다는 하소연이 많았던 것 같다.

그 와중에 발견한 것이 Toss-X에서 애자일 회고를 했다. – 김준형 – Medium 이 글이다. 이 글을 몇 번을 읽은 후, CTO님께 현재의 상태를 솔직하게 설명드리고 2018년도 회고를 제안했다. 가이드 라인이 있는 회고를 통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2018년을 돌아보고,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만들자고 말씀드렸다. CTO님께서는 흔쾌히 나의 제안을 받아주셨고, 그렇게 2018년도 회고를 기획하게 되었다.

이번 회고는 아래와 같이 설계했다.

  1. 사전 준비하기
    1. Check-in / ESVP
    2. 집중할 것 / 집중하지 말 것
  2. 자료 모으기
    1. 시간 축
    2. 점 스티커로 색 표시하기
  3. 통찰 이끌어내기
    1. 패턴과 변화
    2. 점 투표로 우선순위 매기기
  4. 무엇을 할지 결정하기
    1. 브레인 스토밍
    2. 점 투표로 우선순위 매기기
    3. SMART 계획
  5. 회고 끝내기
    1. 감사 표현하기
    2. 회고의 회고

내가 벌려놓은 일이지만 나는 진행보다는 참여를 하고 싶었는데(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마침 관심을 보였던 동료 한분께서 같은 책을 읽으시고 흔쾌히 진행자를 맡겠다고 해주셔서 함께 세부적인 내용들과 각 단계에서 진행자의 역할을 확정짓고 나는 참여자로 참여하게 되었다.(현재까지 후속 정리와 여러 가지 귀찮은 일들을 대신해주시고 있는데 정말 감사하다… 일은 내가 벌렸는데 나는 기획만 하고 나머지는 다 맡아서 진행해 주셔서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처음 참여 해보는 회고였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는데,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어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건설적으로 회고를 진행할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다들 더 짧은 주기로 하자는 의견을 많이 내주었다.

회고를 마치고 나서 돌아보니,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료 모으기” 부분이었다. 여기에서 활동과 진행자가 참여자들이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하면 결국 뒤에서도 모두가 원하는 답을 찾기가 어렵게 된다. 처음이었지만 모두가 이 부분에서 가감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어서 잘 진행되었다고 생각한다. 다 모두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건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더 많이 나와 모두가 놀라기도 했고, 현재 회사의 상태와 위치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정말 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들도 나왔다. 하지만 1년이라는 세월이 길었던 탓인지 년 초에 대해서는 자세한 의견을 듣기가 어려웠다. 이 점은 아쉬운 점으로 남아있다. 앞으로는 더 짧은 주기로 진행할 계획이니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마치면서

현재는 회고에서 나온 액션 아이템들을 설계하고 실행해 나가면서 시스템, 조직, 문화 등을 개선해 나가는 중이다. 물론 우리 모두의 손으로 직접 해나가고 있다. 사실 지금 당장 변한 것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동료들은 나쁜 것들을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좋은 동료들이 있음에 더 감사하게 되었고, 개선하고자 하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주는 회사를 통해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실제로 개인의 생산성이 좋아졌는지, 그로 인해 회사의 생산성이 좋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측정하기도 어렵고 지금 당장은 측정하고 싶은 마음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위기가 전환된 것은 다들 체감한다고 하고, 6개월 뒤 쯤 다시 해보고 싶다고 하니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경험을 통해 보자면, [애자일 회고] 에서 소개하는 여러 활동들은 어느 정도 공신력이 있는 도구일 뿐이다. 도구는 사람이 활용할 때에 그 가치를 발휘하는 법이다. 결국은 구성원들의 끊임 없이 소통하고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애자일 회고]가 좋은 도구이기는 하지만 결국은 지속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좋은 사람들, 좋은 동료들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멈추지 않고 끊임 없이 소통하고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현재의 동료들과 회사에 감사의 말은 전하면서 글을 마친다.



Reference